3. 두 여자
8월 여름 무더운 날!
햇빛은 아침부터 열기를 뽑아내고 있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오미 회사는 아침부터 회사 안팎이 요란스러웠다.
회사 전 사원이 회사차량으로 샛강이 흐르는 밤나무 숲이 우거진 밤 골에서 부서별로 운동회를 갖는 날이다.
한 낮 동안은 바리바리 준비한 음식과 술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직원들 간의 친목을 다짐하는 특별한 날이기도 해서 직원들은 직장 노동일로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운동을 하며 풀어버리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특별한 날이다.
직장 야유회로 밤 골을 뜨겁게 달구던 무더운 여름날은 햇빛이 숲 덤불 속으로 사라지자 이내 밤 골은 찌꺼기 빛마저 어둠으로 변해 구석구석 도처에 싸였다.
시골 장날 파장한 것처럼 회사 사람들 모두 사라지자 혜린과 지숙은 밤나무 숲 속의 달빛이 은빛 강물 되어 흐르는 반달 같은 강변을 걸으며 샛 강물의 속삭임 소리를 들었다.
모래자갈 사이로 속삭이는 강물소리!
강 물결 속으로 몸부림치는 달빛!
풀잎 사이로 나붓거리는 바람소리!
강모래 자갈위로 쌓이는 웃음소리!
아름다운 두 여인은 생각과 마음의 빗장걸이를 풀어 숲 속으로 던져버리고, 둥근달이 하늘 높이 솟아 잔별들을 삼켜버리는 모랫길을 걸었다.
고삐 풀린 두 여인은 검은 풀머리를 바람에 연기처럼 휘날리며, 가는 허리 끊어져라 굽혀서 요사스럽게 웃으며 은빛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강모래 위에 발랑 자빠져 누웠다.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들고 있던 가방 속에서 소주와 오징어를 집어내어 마주보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소주를 물소리와 달빛을 섞어서 목구멍으로 삼키니 창자로 내려가는 짜릿한 쾌감에 두 여인은 지난날의 넌더리 나고 자긋자긋한 부질없는 시간들을 잊어버렸다.
강변 사방의 모래와 숲의 언덕에는 흐느적거리는 고독은 쌓여서 울고, 은빛 민물고기는 하늘 높이 달을 향해 늘 뛰기를 했다.
술잔을 거듭 할수록 건드레하게 꼴까닥 한 두 여인은 달빛을 깔아 뽀얀 침대를 만들고 서로 꼭 껴안고 바람난 동물의 암컷 수컷 모양 나뒹굴어 버렸다.
위선의 껍질 벗기며 거꾸로 흐르는 강물소리와 이름 모를 강풀 속 물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서로 첫사랑 남자와 함께 했던 지나간 은밀한 세월을 생각했다.
하얀 모래 뭍에 벌떡벌떡 거리는 두 마리 암 민물고기는 미친 듯이 왈카닥 부둥켜안고 교태를 부리면서 괴상한 울음소리로 파란 하늘 향해 욕망의 이름으로 씨앗을 뿌렸다.
따스한 어느 봄날은 소리 없이 성남시에도 찾아왔다.
봄바람에 엉덩이를 가붓가붓 흔들며 지숙은 비서실로 걸어갔다.
생산부에서 힘들게 노동일을 하는 지숙을 멋진 미모에 홀딱 반해버린 김달중 상무가 자신의 비서실로 발령을 냈다.
상무가 출장가고 없는 사무실에서 벽시계만 처다 보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리자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김상무 음성은 들리지 않고 총무과에 자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총각직원이 퇴근 후에 만자자고 했다.
마지못해 만난다는 듯이 시간약속을 한 지숙은 혼자 만나기가 뭣해서 친구인 혜린이와 같이 간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 와도 좋으니 8시까지 시청 앞 수정 숯불 집으로 오라고 했다.
두 여인은 약속시간에 맞게 산비탈 능선에 있는 벌집 같은 월세 집을 걸어 나오는데 어둠은 야금야금 비탈에 숨어서 남아있는 햇빛을 삼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으로 짙어지는 밤하늘엔 수많은 작은 별들은 빛을 가득가득 담아 쏟아붓고 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두 여인은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두 남자는 어두운 구석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서로 마주 앉은 두 남녀는 서로 마주보는 사람들끼리 짝이 정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자 남자들은 다급하게 술과 안주부터 주문했다.
불판 위에 돼지 삼겹살이 익듯이 남자와 여자의 어색한 생각과 마음은 동물의 암컷 수컷 냄새 풍기며 잘 익어 엉겨 붙었다.
술은 좋은 음식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 여인들의 몸과 마음은 걸쇠 풀린 빗장 대문 열듯이 서서히 허물어져 내렸다.
불판 위에 고깃기름 튀듯 두 여인은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 두 남자들 앞에 수다스럽게 말하며 문드러지는 몸짓으로 손사래까지 치고 있다.
뻔질나게 술을 마셔버린 취한 시간은 방향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백주부터 술꾼들이 떠들썩하게 지껄이며 쑤군덕거리던 소리들은 검은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객꾼이 없는 식당 안의 아줌마는 계산대에서 졸고 있는데 갑자기 장성처럼 벌떡 일어난 지숙은 화장실로 간다고 비틀거리며 후다닥 나가버렸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두운 화장실의 커다란 양변기를 부둥켜안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오물과 함께 눈물 콧물 뒤범벅 만들어 짝짝 토해냈다.
뱃속까지 남은 찌꺼기 오물을 정신없이 뽑아내도 매스꺼움은 시원하게 가시지 않는데, 누군가 엎드린 등판을 통통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고마운 마음에 고개를 들고 싶었으나 양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설 수 없는데 바지가 무릎까지 벗겨져 내려가자 너무나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두 개의 둥근 보름달 같은 알궁둥이를 잡은 사이로 팔수는 화산처럼 치솟은 대물로 깝죽거리며 후비어 밀어 넣어 쐐기를 박았다.
옴짝달싹 하지 못한 지숙은 여름철 장마 비에 빗물방울 터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좁은 화장실 안을 가득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식당 방안에 까투리 모양 머리를 처박고 고꾸라진 혜린의 몸과 머리를 방석 위에 반듯하게 눕힌 태평은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여자의 입술을 두 손가락으로 살짝 벌려 자신의 혀끝으로 입술 속으로 밀어 넣다가 누가 볼까 봐 얼른 빼버렸다.
몇 번씩 같은 동작으로 혀를 널름거리며 반복하는데 바지 속의 아랫배의 대물이 높게 뻗쳐 솟아오르자 욕정을 배설하고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
우왕좌왕한 태평은 방에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에 급히 계산을 마치기 바쁘게 사나운 물독 수리가 강한 발톱으로 물속 민물고기 채가듯이 술 취한 혜린을 옆구리에 끼고 허둥거리며 식당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고샅길을 돌아가며 여관을 찾는데 혜린의 불룩한 젖무덤이 팔뚝에 짓눌려 닫는 감촉이 토실토실한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다.
허리 밑으로 처진 통통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태평은 밀어 올리면서도 무거운 줄 모르고, 좁은 길모퉁이를 강물 위에 날피리 날듯이 유유낙낙하게 돌아서 나왔다.
골목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불빛이 실낱 같이 토해내는 곳에 여관 간판이 보이자 당나귀가 하늘을 보고 웃듯이 태평은 고개를 들어 거무죽죽한 밤하늘을 향해 웃었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낡은 여관방에 들어오자마자 태평은 인정머리 없이 무거운 통나무 팽개치듯 혜린의 몸뚱이를 침대 위에 무지몰각하게 집어던졌다.
술 취해 정신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진 혜린의 몸뚱이를 보자 태평은 하등동물의 본능적인 욕정에 발정하듯, 아랫도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역류하며 발록거렸다.
밑동부리부터 나동그라진 싱싱한 생선을 어떻게 회를 처먹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다가 갈개꾼처럼 닥나무 껍질 벗기듯 갈고랑쇠 손가락으로 바지부터 벗겨나갔다.
양말 까집듯 단숨에 입고 있던 옷을 훌렁 벗겨버리자 흰 눈 같이 하얀 알몸 위에 가리비 껍데기처럼 붙어있던 두 개의 젖무덤이 살아서 벌떡거렸다.
새우등처럼 J형으로 말아 올리는 혜린의 알몸을 살포시 만지작거리며 문대다가 끌어안은 태평은 날 반죽하듯 주물럭거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물에 물감 풀듯이 여인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며 본때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본능적인 동물의 행위도 사랑이란 거창한 미명 아래 모든 것이 합리화되어나갔다.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덮친다는 생각에 황급히 깨어난 혜린은 낡은 침대 위에서 실오리 하나 걸치는 것이 없는 몸뚱이에 너무나 놀라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어두운 여관방 창틈으로 빛이 곰실곰실 기어오르자 혜린은 녹작지근한 몸을 겨우 일으켜 앉으니 옆에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남자가 보인다.
살포시 일어나 욕실로 가면서 남자의 양다리 사이 다보록 다보 록 솟은 검은 숲 속의 풀 죽은 대물을 보았다.
풀 죽어 버린 대물을 슬쩍슬쩍 처다 본 혜린은 보잘것없는 저 물건이 밤새도록 갈고쟁이로 나를 못살게 후비어 넣었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고 얄 밉상스러웠다.
욕실로 들어간 혜린은 나뭇잎처럼 나긋나긋한 몸매에 뚫린 구멍마다 손가락으로 파고, 쑤시며, 씻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욕정의 씨앗을 지우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무리 지워도 마음속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망망했으나 마음속으로는 저 남자에게 첫 번째 여자가 아니더라도 나에겐 마지막 남자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낡은 여관방의 너절너절한 커튼 사이로 아침햇살이 거어 들어와 방안 가득 채우자 두 연인은 여관 뒷문으로 강물 위로 날피리 날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마다 부서진 유리조각을 가득히 쌓아서 흩어 뿌려놓은 듯이, 이른 아침 햇빛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