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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사랑과 욕망(5. 노조)

5. 노조

 

밤늦도록 잔업을 마친 혜린은 집으로 가던 길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중앙시장에 있는 단골인 “올가”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공장노동자들이 잔업 마치고 귀가 길에 들려 소주 판을 벌리는 유일한 낭만의 쌓이는 식당이었다.

흔히, 근로자들은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목구멍 속의 먼지를 소주와 돼지고기를 씻어내는 데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했다.

방앗간 참새가 내려앉은 듯이 혜린은 직장동료들과 고기 굽는 연기로 온통 굴뚝 속 같은 곳에 모여 앉아 술과 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술기운이 머리꼭지까지 올라오자 평소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혜린은 한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 직장에 꼭 필요한 노조를 만들자는 말을 불쑥 던졌다.

회사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공장 특성상 여성노동자가 많은 근무환경 관계로 직장노조결성 주장에 모두를 듣기만 할 뿐 누구 하나 선뜩 나서는 사람 하나 없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회사의 간부나 근로자 대부분은 고향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선심정치목적에서 같은 고향사람을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관계로 누구하나 먼저 앞장서지 않았다.

대부분 마음속으로 저 임금과 노동력을 갈취하고 있으므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말단여공의 열띤 제안에 모두 뜸을 들이다가 노조 결성의 당위성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결심한 듯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노조 결성이 절실하다고들 말했다.

내일 잔업이 끝나면 모두 회사식당에 모여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하고 기분 좋게 술 마시고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노조가 결성될 때까지 절대 비밀로 하기로 서로 다짐하고 모두들 술이 취하여 헤어졌다.

순간적인 제안에 모두들 감동을 시킨 폭발력에 가슴속 깊이 감동을 받으며 혜린은 시장 안의 좁은 고샅길을 구석구석 돌아 나왔다.

밤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조차 절대로 비밀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산비탈 길을 오르면서, 하늘과 땅 사이 홀로 외롭게 물구나무선 모습을 보았다.

목을 길게 뽑은 혜린은 밤하늘 높이 떠있는 수많은 별들의 꿈을 향해 입맞춤을 했다.

다음날 어둠침침한 구내식당 구석엔 잔업을 마친 여공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쑥덕쑥덕 거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김상무의 비서 지숙이가 혜린을 보고 김상무가 보자고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고 했다.

불길한 생각과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혜린은 김상무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주친 김상무를 보자 혜린은 술집에서 있었던 일로인한 자괴지심에 겸연쩍어 근근이 서있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서있던 혜린을 향해 대뜸 김상무는 유례없는 직장노조는 만들 수 없다고 소리치면서 노조위원장은 절대로 너는 안 된다고 했다.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선 혜린은 모든 것을 상무의 끄나풀이 일러바쳐 다 알고 있을 바엔, 단호하게 노조를 결성을 하겠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하여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직하고 졸렬한 김상무는 단호하게 노조결성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을 하고 회사에 근무하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했다.

희번덕거린 눈과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얼굴 향해 손님 접대 자리에 여직원 동석시켜 개차반 같은 행동으로 성적 유희하는 것도 회사 방침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혜린은 겨우 참았다.

계집질만 하는 김상무의 말을 개방 귀 같이 여기면서 방을 나오며 혜린은 더 이상 노조 설립은 물 건너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출마하는 노조위원장 선거는 하나마나 뻔한 것 같았다.

노조위원장 선거 장소에서 직원들의 비아 낭 거리는 눈초리를 보며, 노조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을 했지만, 바위에 계란 치듯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추천을 받은 사람이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직서를 지숙을 통해 제출한 혜린은 개연한 마음을 억누르며, 매일 출근했던 정든 회사의 뒷문을 통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걸어 나오면서 모든 것이 격세지감을 느꼈다.

실낱같은 서늘한 갈바람이 흩어지는 밤에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거리의 길모퉁이에 감도는 조그마한 입김에도 비틀거리는 이름 없는 잡초 풀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혜린의 발길은 시장 골목 민속주점 “녹원”옮겨왔다.

벽과 창문이 전통적인 통나무로 되어 있는 “녹원”은 한 쌍의 연인들이 술 한 잔 하기에는 아주 적격이었다.

민속점안으로 둘려 봐도 어둠 속에서 불빛만 희미하게 비칠 뿐, 손님이라고는 하나 없이 텅 빈 공간에 자신의 마음만 채우고 있었다.

벽난로 속의 모형 장작은 증오의 불길처럼 훨훨 타오른 구석진 자리에 혜린은 골라서 앉았다.

코리타분하게 동동주와 안주를 시켜 혼자 홀짝 거리며 마시면서 혜린은 회사에서 퇴근하는 지숙을 무한정 기다렸다.

시간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멈추지 않고 흐르자 지숙은 달수와 태평을 대동하여 늦게 술집에 나타났다.

몸과 마음이 이미 흐느적거리며 허물어 내린 혜린의 옆에 지숙이 앉고 남자들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사직한 혜린을 서로 위로한다며 군말이 많으면서도 짝 맞추기 한 사람들에게는 제어장치 없이 막무가내로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담뿍담뿍 마셔 대었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혜린은 회사의 골치 덩어리가 사라졌으니 얼마나 좋겠냐는 듯이 구시렁거리며 빗대어 빈정거려 말하며 손과 몸통을 흔들어 젖혔다.

고즈넉한 밤 시간의 흐름과 술의 농도는 비례하는지 마음과 생각은 모눈종이에 자로 긋듯이 하지만, 몸과 마음은 물에 물감 풀듯이 흐물흐물 허물어져 내렸다.

주점 안의 사람들은 썰물 빠지듯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자 지숙은 복부에 차오른 술 찌꺼기를 배설할 욕망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 어귀의 하수구에 W형으로 쪼그리고 걸터앉은 지숙은 아랫배 속에 차오른 술 찌꺼기를 손가락을 입에 넣고 꺽꺽거리며 토해냈다.

창자 속까지 토하고 난 지숙은 일어서서 조그마한 손으로 조가비 같은 작은 속옷을 허벅지까지 말아내려 귀여운 성기를 잡고 남자처럼 오줌을 휘휘 갈겼다.

뻥뻥 뚫린 가랑이 사이로 통 바람이 시원하게 스치고 지나가자 정신이 들었는지 주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어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컴컴한 고샅길을 돌아 나오는 지숙은 술기운이 머리꼭지까지 차올랐다.

오늘 밤은 길가는 아무나 붙잡고 불타오르는 욕정을 끄기 위한 섹스를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마음속 깊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생각한 지숙은 갈지자로 걸어가다가 중심을 잃고 길바닥에 절구통같이 퍽! 소리를 내며 쓸어졌으나 누군가 날쌔게 몸을 잡아 낚아 챘다.

밖으로 나간 지숙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달수는 몰래 뒤 따라오다가 지숙의 본능적인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황급히 달려와 잡아 일으켰다.

자지러지게 놀란 지숙은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이 달수라는 것을 알자 술김에 길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욕정을 풀려던 생각이 일시에 사라졌다.

어둠 속에 달수의 놀란 표정을 보며, 지숙은 오늘 밤 제일 처음 길에서 만난 남자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하려든 것이 닭 대신 꿩이란 생각을 했다.

어디론가 달수가 자신을 막아 채어가서 겁탈하여 통째로 먹어치우라는 간절하고 애절한 표정을 짓는 지숙은 매달리듯 비틀거리며 연신 꺽꺽거렸다.

자연스럽게 한 덩어리가 된 두 남녀는 좁고 어두운 시장 골목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여인숙 간판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밤낮으로 떳떳하지 못한 남녀가 감쪽같이 쥐구멍 더 나들 듯하는 여인숙이지만, 지숙은 아무 곳이던 빨리 풀잎처럼 쓸어져 드러눕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생선 비린 냄새 풍긴 침대 위로 지숙을 보따리처럼 내팽개치기 바쁘게 달수는 자신의 몽당비처럼 볼품없이 오그랑망태처럼 쪼그라진 대물을 급히 세우기 바빴다.

술 취한 밤은 강물 흐르듯 하고 밖에 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 주점 안의 손님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술잔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졸다가 머리를 방바닥에 처박고 꼬부라져 꼴불견이 된 혜린은 꿈적거리지도 않았다.

남자란 비일비재하지만, 술이 취해 군드러진 혜린을 보자 태평은 따따부따 구차한 변명을 나중 하더라도 솟아난 흥분을 참지 못하자 안전 자리에서 날것으로 욕정 풀 생각을 했다.

빠른 동작으로 혜린의 귀엽고 커다란 엉덩이를 고스란히 그대로 들어 올려 무릎 위로 앉히고 태평은 발정 난 개처럼 흥분과 스릴로 성적 쾌감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금수 같은 추잡한 행동 같지만, 이 또한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가연이란 생각을 태평은 하고 싶었다.

인간다운 삶을 희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