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예술

사랑과 욕망(6. 쥐 뿔)

별똥 불 같은 사랑

6. 쥐 뿔

가을비에 길바닥엔 가로수의 노란 나뭇잎이 떨어져 길바닥에 나풀거리며 나뒹구는 모습을 연립주택 이층 난간에 서서 혜린은 바라보았다.

가무족족한 어둠이 밀려오는 시각에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덩그렇게 그네 줄만 흔들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은 다시 피어난다는 희망은 있지만, 자신의 운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하기만 했다.

풀무치 애벌레도 추운 겨울 땅속에 참고 있다가 봄비 나린 날 오랜 시간 견디어온 고통의 허물 벗고 세상 밖 창공을 향해 날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어둠이 까만 물감으로 물들이자 혜린은 궁핍한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빌어보았지만, 풀빵처럼 부풀어진 꿈은 연기처럼 언제나 사라졌다.

직장을 알아본다고 아침부터 나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혜린은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서글퍼졌다.

늘어지게 길어지는 시간을 잡고 섰는데, 어둠 속 멀리서 어깨를 떨어뜨리고 힘없이 걸어오는 남편 태평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매달리듯이 태평의 팔짱을 낀 혜린은 어리광을 피우며 기분을 풀어주려는 생각에서 식사하고 들어가자며 원미동 시장 골목 안으로 잡아당겼다.

순대 국밥집에서 들어서기 바쁘게 소주 한 병과 술국 그리고 추가로 공기 밥을 시켜 텅 빈 가난한 마음을 따스한 온기로 채웠다.

값싼 술과 안주로 허기진 배와 상한 기분을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으나 마음 한 구석에는 집에 게시는 늙은 시어머니 생각이 났다.

조그마한 전셋집에 시어머니까지 모시는 생활에서 더구나 경제적 곤란까지 겪는 고통에 언제나 태평은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혜린에게 고맙게 생각했다.

값싼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운 가난한 연인들은 시장골목길 빠져나오며 주머니의 돈 생각을 하면서 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지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노래방에는 빈방이 없어 두 사람은 대기실에서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휘둘려보는데, 계속적으로 젊은 연인들이 들어왔다.

겨우 차례가 되어 노래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묘한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노래할 번호를 노래방기계에 계속적으로 입력시켰다.

마이크를 한 손으로 잡고 머리,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를 한꺼번에 흔들면서 몸속의 모든 갈증을 혜린은 토해냈다.

미친 듯이 광란하던 혜린은 앉아있는 태평을 일으켜 세워 접지하듯 얼굴과 몸을 포개어 덮고 비릿한 생선 냄새 풍기며 여기서 10 하고 가자고 졸랐다.

젊은 연인의 사랑이란 장소와 때와 관계없이 분위기에 젖어들어 막힌 욕정이 치솟으면, 풀고 싶은 습성이 있듯이 더군다나 혜린은 늙은 시어머니와 같이 생활하다 보니 조급한 성생활에 성적인 만족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힘든 생활은 나이 많은 시어머니는 치매기가 있어 하루에 몇 번이고 세수와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대소변을 매일 가려주어야 하는 어려움을 자신의 부모처럼 마다않고 돌보고 있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여자 형제들이 있어도 별별 변명을 대며 서로 안 모시고 아들이 모셔야 한다고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해되었다.

매일 시어머니는 치매가 있어도 옛날에 잡수었던 고기 생선 반찬이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아서 식사 때마다 반찬에 신경을 써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 부담이 되었으나 누구 하나 돈 한 푼 보태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도 마음속으로 혜린은 요양병원에 모시고 싶은 생각을 내색하지 않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매일 냄새나는 옷가지와 이불빨래를 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병이 날 지경이었으나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시어머니를 모시는 힘든 생활을 한 번도 남편에게 원망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참고 견디어 내는 생활을 해왔다.

누구하나 어려운 힘든 생활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만 낑낑 앓고 말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생활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돈 몇 푼 만 있어도 부모님 몰래 싸구려 여관이라도 갈 수 있지만, 쥐뿔도 없다 보니 억제된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도 풀 수 없었다.

모처럼 둘만이 갖는 시간 속에서 터질 것만 같은 물 풍선 같은 욕정을 풀어야겠다는 가난한 연인들은 불안한 장소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귀신도 탄복하도록 성적행위에 몰입하는 행위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별똥 불처럼 튀는 시간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선한 것은 그 지체는 젊은 연인들 간의 성애였다.

본능 적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