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112)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과 욕망 (2. 미늘 ) 2. 미늘 초겨울은 늦가을 끝자락 잡고 유별나게 버둥거리고 있는 오후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안동으로 향하여 달리는 열차에 혜린은 딸과 함께 타고 있다. 창가에 앉은 혜린은 창밖에 문득문득 지나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다본다. 붉게 물들며 겹겹이 접어 세운 높고 낮은 산과 들! 크고 작은 나무와 풀숲!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는 샛강! 하얀 맑은 물! 송곳처럼 삐죽삐죽 솟은 바위! 푹! 찌르면 바가지 물을 쏟아부을 것 같은 파란 하늘! 스치며 지나가는 가을걷이가 끝난 허전한 들판! 논밭 여기저기 보이는 각담! 논물 속에 목만 내민 새까만 벼 그루터기! 눈으로 보이는 이 모든 것들 정겹기만 하다. 한 달에 매번 집에 오던 남편 태평은 올여름부터는 한 번도 집에 오지 않자 궁금한 나머지 걱정이 되어 안동으로 가.. 사랑과 욕망(1. 욕망의 이름으로) 1. 욕망의 이름으로 8월의 무더운 여름밤! 원미동 마을은 한낮 태양의 열기로 건물이 가마솥에 감자 삶듯 들볶아 된다. 성냥갑처럼 좁은 방구석에 있던 혜린은 찜질방에서 물빨래하듯이 땀을 흘린다. 벽에 걸린 벽시계의 크고 작은 시침과 분침은 밤 12시를 가리키며 서로 짝짓기를 한다. 무더운 여름날 동물적 욕정을 풀고 싶은 감정에 몰입하다가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생각에 연립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 바닥에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파란 여름밤의 하늘을 향해 벌렁 몸을 누워버린다. 밤하늘은 온통 푸른 강물이 되어 수많은 별들을 품고 아름다운 빛을 토해내며 어디론가 흘러간다. 중천에 솟은 상현달은 건물 귀퉁이를 돌아 줄넘기하듯이 넘어가고 불어오는 실바람은 흐느적거리며 혜린의 통치마를 들치려고 기를 .. 이전 1 ···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