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예술

사랑과 욕망(8. 쭉정이)

사랑의 날개

8. 쭉정이

여름날에 유달리 비가 많이 쏟아져 내리는 저녁이었다.

용상동 조개구이 집에서 술과 안주로 뱃속을 가득 채운 혜린은 남소장의 승용차에 단둘만이 타고 강변 둑으로 나오면서 생각을 했다.

강물 위로 흐르는 달빛 따라 민물고기가 하늘 높이 솟는 밤에도,

파란 하늘 먹구름이 빗물 쏟는 밤에도,

남녀 간의 향연의 비밀스러운 밤에도,

아무도 몰래 잔존하고 있었다.

무릇 어둠 속에서 검푸른 강물이 야금야금 기어올라 타고 있는 승용차를 덮칠 것만 같았으나 혜린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쭉정이뿐인 자신의 육체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눈앞에 닥치는 위험보다 옆에 있는 수컷 동물의 냄새에 취해 컹컹거리며 코로 냄새를 맡는 것이 더 좋았다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물소리에 가슴이 발딱거리고 얼굴을 붉으락푸르락거려도 혜린은 강물이 범람하여 승용차가 떠내려가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부적절한 행위의 소리는 바다 해일처럼 끓어오르며 소리치다가 차장 밖의 빗소리에 젖어 잠몰되었다.

비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들판처럼 공허한 마음을 달래며 혜린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 태화동의 낡은 주택 골목길을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이 불 꺼진 월세 방으로 왔으나 어둠의 공간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 엿가락처럼 늘어진 녹진녹진한 몸을 눕히고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잣는지 모르지만, 남편이 방에 들어와 발길로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뜨니 벌써 새벽인데도 몰래 들어와서 큰소리로 라면을 끓어오라고 했다.

속으로 짜증이 났으나 마음속에 죄책감에 아무소리도 못하고 입속으로 지금까지 밥도 안 먹고 무엇했느냐고 시부렁거리며 부엌으로 나갔다.

사랑의 욕구

남자들이란 돈만 있으면, 바람을 피우거나 도박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왜? 늦게 들어왔느냐고 따지듯이 묻자 남편은 방바닥에 봉투 하나 집어던졌다.

방바닥에 던져진 봉투를 보자 오늘이 봉급날인데 집에 오지 않고 놀음하고 왔다는 생각에 분기탱천한 혜린은 방바닥에 끓던 라면그릇을 내팽개쳤다.

아무런 말없이 방바닥에 흩어진 라면을 멀건 표정으로 보고 있는 남편을 보자 혜린은 성깔을 부린 자신이 너무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누구를 탓하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다음날 옷도 벗지 않고 쪼그리고 짜부라져 자다가 아침밥도 먹지 않고 회사로 나가버린 남편을 보자 혜린은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한 전율이 왔다.

모든 연유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이 매일 집에만 오면 몸을 이리저리 덱데굴덱데굴 굴러가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는 행동이 얄미운 탓도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너무 심심한 혜린은 시간을 없앤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타고 남소장의 건설회사가 있는 세부동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

길모퉁이를 돌아서 큰 건물의 현간 문을 들어서니 남소장은 환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며 혜린을 반갑게 맞이했다.

사무실에 남소장은 지금까지 혼자 있었는지 혜린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현관문 잠그기에 정신이 없이 허둥허둥 거렸다.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안기가 무섭게 남소장이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면서 혜린은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생각에 남편의 흉부터 보았다.

귀엽고 재미있게 말하는 혜린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소장은 가을철에 소슬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게 하듯이 동물적인 성적 욕구의 불씨가 지펴졌다.

여자의 냄새에 남소장은 입을 실쭉거리며 몸에 뚫린 구멍마다 벌렁벌렁 거리고, 조가비가 연탄불 익듯이 입 벌린 혜린은 물방울 토하는 소리를 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은 짧은 쾌감은 번갯불에 콩을 뽁아 먹듯이 스쳐 간 후에 두 연인은 절망과 허무의 늪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했다.

여자란 동물은 탈선할 틈만 생기면, 음탕한 욕구 충족할 돌출 행동하고, 남자란 동물은 치마만 두른 여자 보면 수캐 모양 대물 세우는 법칙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