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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욕망과 사랑

 

욕망과 사랑

욕망과 사랑

 

 

 

목 차

 

1. 욕망의 이름으

2 .미늘

3. 두 여자

4. 올가미

5. 노조

6. 쥐뿔

7. 짝짓기

8. 쭉정이

9. 추억

10. 물구나무선 여자

11 태양이 뜬다

 

 

 

 

 

 

 

 

머리글

 

저자는 정치학 박사로서, 미국 EMORY대학교 정책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국립 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다년간 정치학 강의를 하였다.

이번 소설은 다섯 번째로서, 기존의 소설 형태를 달리하여 문장의 간결성과 대화 내용을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새로운 낱말과 의성어, 의태어 등의 언어를 많이 인용하여 인간의 마음속 깊이 내재 되어 있는 본능적인 욕정을 표현하는 새로운 소설 형태를 추구하였다.

 

 

1.욕망의 이름으로

 

 

 

 

8월의 무더운 여름밤!

원미동 마을은 한낮 태양의 열기로 건물이 가마솥에 감자 삶듯이 볶아서 된다.

성냥갑처럼 좁은 방구석에 있던 혜린은 찜질방에서 물빨래하듯이 땀을 흘린다.

벽에 걸린 벽시계의 크고 작은 시침과 분침은 밤 12시를 가리키며 서로 짝짓기를 한다.

무더운 여름날 동물적 욕정을 풀고 싶은 감정에 몰입하다가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생각에 연립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 바닥에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파란 여름밤의 하늘을 향해 벌렁 몸을 누워버린다.

밤하늘은 온통 푸른 강물이 되어 수많은 별을 품고 아름다운 빛을 토해내며 어디론가 흘러간다.

중천에 솟은 상현달은 건물귀퉁이를 돌아 줄넘기하듯이 넘어가고 불어오는 실바람은 흐느적거리며 혜린의 통치마를 들치려고 기를 쓴다.

하얀 다리 사이 깊은 계곡의 숲을 찾아 숨어들자, 기분이 좋아진 혜린은 긴 다리를 뻗쳐서 둥근 알궁둥이를 하늘 찌르듯 V자로 흔들었다.

실바람에 벗겨진 다리 사이로 불룩 솟은 도톰한 음부의 언덕을 내려다보며 기분이 좋아지게 되자 입고 있던 상의마저 걷어 올린다.

두 개의 젖무덤이 하늘 향해 달빛에 하얗게 탱탱하게 불룩불룩 솟아오르고 두 개의 검은 젖꼭지는 가쁜 숨을 몰아쉰다.

여름밤의 수많은 작은 별 무리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고, 서쪽 산으로 기우는 상현달조차 반쪽 얼굴로 웃음을 머금는다.

어디론가 흐르는 흰 구름 따라가고 싶은 마음 달랠 길 없어 가쁜 숨 몰아쉬며 불판 위의 잘 익은 생고기처럼 욕정의 늪 속을 빠져들어 간다.

생각과 동작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삼태기 모양으로 윈미산이 언뜻언뜻 보인다.

곰실거리며 밀려오는 윈미산 계곡 바람은 부지불식간에 혜린의 몸을 욕정으로 불태우자 불그무레한 얼굴은 옥상 난간 넘어서 이층 연립 집을 남실거리게 한다.

창문이 열린 사이로 화장대 거울에 비친 큰 침대 위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젊고 싱싱한 남녀가 서로 엉켜서 붙어 동물처럼 곤두박질치고 있다.

욕정으로 질벅질벅 불태워 아름다운 음률을 내며 훨훨 춤을 추면서 널뛰기하는 모습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몰래 보고 있는 혜린은 점입가경에 빠져들어 간다.

들리는 바람 소리는 강물 흐르는 소리가 되어 아름다운 여름밤의 시간을 잡아 삼키며 어디론가 흐른다.

서쪽 하늘 끝자락을 상현달이 잡을 때까지 거울 속의 젊은 남자는 침대 위에서 달리는 말고삐를 잡고 질풍처럼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연인들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허물을 벗자 하얀 젖무덤과 둥근 엉덩이를 보이는 여자와 검은 건육 질 남자는 한 덩어리가 되어 춤을 추는 모습이 앙증맞게 보인다.

욕정을 참다못한 혜린은 삭신이 쑤시자, 벽돌 난간 구멍 사이로 눈을 바짝 붙이고 다급하게 옆집에 열린 창문 사이를 살며시 보았다.

실낱 별빛이 숨어드는 좁은 방벽에 붙어있는 알몸의 물구나무선 젊은 남자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너무나 가관이다.

탄탄한 두 팔 기둥으로 벽에 붙어 물구나무선 남자로부터 풍기는 싱싱한 풋과일 냄새가 살포시 건너와 가슴 속 깊이 안기자, 마음이 느즈러진다.

몸 깊은 아랫도리 샘 속에서 쏟아지는 욕정의 씨앗을 받아 혜린은 어디론가 흘러가는 잔별들의 파란 강물 속으로 욕망의 이름으로 씨앗을 뿌린다.

 

 

 

여름 낮 간간이 쏟아진 소낙비로 아스팔트 길은 혜린의 마음속까지 시원스럽게 쓸어 가버린다.

짧은 치마를 바람결에 나붓거리며, 티셔츠 차림으로 원미동 사거리 있는 푸른 넷 P.C 방으로 어기적거리며 걸어간다.

바다 속의 바위 위에 게딱지처럼 달라붙은 연립주택의 비좁은 고샅길을 돌아서 언덕 아래 사거리의 하얀 빌딩으로 조르르 들어간다.

P.C 방에는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하루 몇만 원씩 받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한다.

건물 지하 170평 규모에 독서실처럼 좌석이 배열되어 있어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 옆 칸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도록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언제나 P.C방 입구 계산대에서 시간당 돈을 계산하여 받기만 하는 간단하고 하잘 것이 없는 단순한 일을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단 아래 P.C방에 들어서니 주인 여자는 이미 돈 계산을 끝내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다린다.

시답지 않게 인사한 혜린은 계산대에 털썩 주저앉아 벽시계를 쳐다보니 아직도 10시가 안 되었고, 벽에 붙은 선풍기만 요란한 소리를 내고 돌아서 가고 있다.

실내를 휘둘러보니 낮부터 비가 온 탓인지 사람들은 없고 구석진 좌석엔 남녀가 엉겨 붙어서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알 수 없고 겨우 머리꼭지만 보인다.

새벽에 남자 주인한테 돈만 계산하면 되는 생각하며,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머리를 계산대에 붙이며 흘러간 시간을 생각해 본다.

 

결혼 20년이 지난 43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밤과 낮이 뒤바뀐 판박이 생활이 짜증이 나도록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밤마다 밀려오는 외로움과 생활의 경제적 고통에 살아야겠다는 욕망이 강할수록 생활의 수단과 방법은 잠재적 동물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양식만 축내며 놀고만 있는 수컷 개미보다 일 만하도록 운명적으로 태어난 일개미의 암컷과 같다는 생각했다.

머리가 복합한 여러 가지 생각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혼자 집에서 잠을 자야 하는 딸아이 얼굴 모습으로 가득 찼다.

밤늦도록 혼자 놀다가 잠이 드는 딸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방에서 직장 때문에 안동에서 고생하는 남편 얼굴이 겹치기로 떠올렸다.

자포자기 생활에서도 한때나마 사랑했던 남편 모습을 지우기 위해 재빨리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를 켜자, 파란 화면이 소리치며 뜬다.

마우스를 급히 움직여 삐죽한 화살 표시로 구석구석 헤집고 다녀도 눈사태처럼 밀리는 잠 때문에 두 눈꺼풀조차 뜰힘이 없다.

그만 계산대 탁자 위에 엎드려 두 눈을 감아 버리자 젊은 남녀의 본능적인 사랑이 아름다운 꿈의 세계로 풍선처럼 날아들어 온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혜린은 누군가 자신을 계속 부르고 있다는 소리를 아슴푸레 들리자 간신히 고개를 쳐들며 눈을 뻔쩍 뜨며 부풀부풀 일어선다.

자신을 부르며 깨우고 있는 사람이 주인아저씨라는 생각을 하며, 얼굴에 흘린 침을 손으로 문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엎드린 탁자에 흘린 침이 얼룩져 있고, 갈기갈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기며 성품이 유덕한 사장에게 돈을 인계하고 건물 밖으로 나온다.

무르녹은 달콤한 꿈속에서 사랑의 샘물이 속옷을 적셨다는 느낌이 들자, 혼자만의 사랑의 찌꺼기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본다.

건물 밖의 원미동 사거리는 이른 시간인지 썰렁한 바람만이 흩어진 쓰레기 부스러기를 몰아가고, 원미산 자락 끝에는 겨우 남은 조각구름을 실낱같은 빛은 조금씩 삼키고 있다.

 

2. 미늘

 

 

 

초겨울은 늦가을 끝자락잡고 유별나게 버둥거리고 있는 오후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안동으로 향하여 달리는 열차에 혜린은 딸과 함께 타고 있다.

창가에 앉은 혜린은 창밖에 문득문득 지나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다본다.

 

붉게 물들며 겹겹이 접어 세운 높고 낮은

산과 들!

크고 작은 나무와 풀숲!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는 샛강!

하얀 맑은 물!

송곳처럼 삐죽삐죽 솟은 바위!

! 찌르면 바가지 물을 쏟아 부을 것 같은 파란하늘!

스치며 지나가는 가을걷이가 끝난 허전한

들판!

논밭 여기저기 보이는 각담!

논물 속에 목만 내밀은 새까만 벼 그루터기!

 

 

눈으로 보이는 이모든 것들 정겹기만 하다.

한 달에 매번 집에 오던 남편 태평은 올 여름부터는 한 번도 집에 오지 않자 궁금한 나머지 걱정이 되어 안동으로 가는 중이다.

처음엔 남편 직장인 안동에서 살았지만 딸 교육 핑계로 원미동에서 딸만 둘이서 산다.

언제나 귀찮을 정도로 발발이 전화하며 집 걱정하던 남편이 일 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감감하여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딸과 함께 찾아 나선 것이다.

몸과 마음이 지친 혜린은 남편에 대한 오기가 생기자 기대와 희망은 사라지고 감정은 절망과 원망으로 침몰되어 간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십년 연상인 마태평을 만난 20년 전 생각으로 몰입되어 가면서 꿈같이 흘려버린 세월을 되새김질하듯 곱씹듯이 생각한다.

 

 

봄바람에 하늘 멀리 구름 흘러가듯 혜린은 고향을 떠나 머문 곳은 성남시 상대원동!

상대원동은 서울 도시계획에 의해 철거민 이주대책으로 산을 깎아 급히 인위적으로 조잡하게 조성한 신개발 중소도시인 성남시였다.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이 정착딱지를 받아 이주한 이곳은 마치 조그만 천으로 덕지덕지 기워 만들어 진 옷처럼 된 땅이었다.

서울 변두리 지역공장들이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상대원동으로 이주시켜 하나의 공업단지를 만들어 생활이 어려운 서민층이 군데군데모여 살았다.

하루살이 막노동을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도시가 되었다.

 

상대원동 버스종점 정류소에서 내린 혜린은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갔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집어내어 공중전화 박스에 넣고 숫자판에 손가락으로 힘을 주어 하나씩 숫자를 찍었다.

수화기 속에서 신호 가는 소리가 길게 들리다가 끊어지며, 연꽃잎에 물방울 굴러 가는 듯 아름다운 지숙의 음성이 들렸다.

수화기에 키스하듯 입술을 바짝 붙이고 황급히 혜린은 반기듯 상대원동에 왔다는 말을 했다.

전화를 끝낸 혜린은 너무나 반기며 지숙이가 알려준 사거리 길 건너편 종점다방에서 퇴근시간이 되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1970년대 초반부터 성남시가 국가의 이주정책으로 공장들이 들어서며 번창해지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지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언니 집에서 살며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교환수로 취직했다.

명절 때마다 지숙은 고향 행곡에 다녀와 도시생활을 예기할 적마다 혜린은 도시가 동경과 갈망의 대상이었다.

사춘기시절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같은 마을 진구오빠가 군에 제대하자마자 공부하러간다고 서울로 떠나가자 텅 빈 마음 무엇이라도 채울 수가 없어 날밤을 지새우곤 했다.

 

막상 고향을 떠나 꺼무죽죽한 다방 구석자리에서 지숙을 기다리는데,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다가 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저녁 6시 조금 지나자 다방 문이 열리면서 긴 생머리를 풀렁거리며 지숙이가 들어섰다.

가무숙숙한 얼굴로 혜린 앞으로 오고 있는 지숙은 혜린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서 흔들어보였다.

눈매가 서글서글한 지숙은 찰옥수수보다 고른 하얀 이빨을 보이며 혜린을 향해 걸어와 촐싹거리며 앞자리에 앉았다.

두 여인은 아무도 없는 텅 빈 다방에서 서로 몸을 부둥켜 않고 말처럼 껑충껑충 바닥이 꺼지라고 날뛰며 반가워했다.

차를 단숨에 마셔버린 두 여인은 좁은 골목을 나와 어둠이 가득가득 채워진 상대원동 거리로 나섰다.

한참동안 산 능선을 따라 걸어올라 와서 공터가 있는 파란대문에 붉은 벽돌로 쌓은 케케묵은 연립주택 앞에서 두 여인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중에 혜린은 안일이지만, 대문하나에 1층 입구는 주인이 살고 2층과 3층은 모두 단칸방에 부엌 하나 달려있는 월세 받는 건물구조로 되어있었다.

마치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에 들어가는 벌집 같은 곳에서 15세대가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고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고 악다구니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일벌처럼 어두운 새벽에 집을 나가 밤에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공장에서 막노동하다가 밤늦게 벌집으로 돌아왔다.

산을 깎아 도로만 겨우 뚫은 상대원동 산비탈에는 생활이 어려워 궁색한 생활을 하는 고독한 젊은 근로자들에게 그나마 안식처가 되었다.

이들은 처음엔 사글세나 월세로 겨우 간동간동 살아가다가 형편이 좋아지면 전세나 조그만 집을 장만하여 철새처럼 여기를 떠나가곤 했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총각처녀들은 가지각색으로 나름대로 살다가 서로 눈만 맞으면 생활비를 절약한다며 동거생활부터 시작하는 청춘낭만의 보금자리였다.

자취방에 오자마자 두 여인은 피곤한 듯 가지고 온 작은 가방을 아무렇게 방구석에 내팽개치고 침대에 벌렁 짜부라져서 지나간 이야기들로 꽃피웠다.

풀잎처럼 침대에 누워있던 혜린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숙을 향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궁금한 듯이 넌덕스럽게 물었다.

몇 번이고 생떼거리로 아득바득 다그치게 되묻고 들들 볶듯이 조르자 지숙은 결심한 듯이 혜린 옆에 바짝 다가와 앉아 너만 알고 있으라는 듯이 암묵적으로 다짐 받았다.

긴 한숨을 내쉬고 난 후, 지숙은 더듬이질하듯 말하는 이야기는 점입가경이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지숙은 집에 밭 뙈기하나 없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학교를 포기하고 성남서 결혼한 언니 집에서 취업할 때까지 눈칫밥을 먹으며 설거지를 하거나 가사 일을 도우며 함께 살았다.

성남시 상대원동은 공단이 많아 공장에 막노동 취업하기 쉬워 가난한 막노동 근로자들이 모여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형부와 언니는 같은 신발공장에서 막노동하다가 눈 맞아 경제적 빈곤에서 돈 아낀다는 생각으로 결혼하기 전에 동거생활부터 시작했다.

언니부부는 전셋집에서 큰방을 사용하고 지숙은 문간방을 취직이 될 때가지 사용하면서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밤이었다.

온몸이 노작지근하고 삭신이 쑤시어 혼자 안방에 납작 업어져 너나 할 것 없이 인기 있는 T.V 드라마를 보며, 지난날의 첫사랑 연인 봉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시간들이 흘려가도 뼈 속 깊이 사랑의 찌꺼기를 남긴 그 남자에 대한 아리아리한 기억들을 지숙은 지울 수가 없었다.

꼬리가 없는 긴 밤은 한 때나마 절절이 애틋한 사랑의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기억 속엔 끝없는 욕정의 화신이 되어 생각의 늪으로 침몰시키고 있었다.

한없이 무정한 지난날 도릴 킬 수 없고, 아쉬워 되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리운 시절 미련만 남았다.

지난날 멋진 사랑의 찌꺼기에 점몰 되면서, 상상의 날개의 꿈은 여름날 푸른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곳에 주천대 물 언덕이 아련히 보였다.

달빛은 강물과 모래사장 위로 하얀 밀가루 뿌린 듯이 은빛으로 차곡차곡 덮고, 바람은 불어와 강가에 솟아오른 잡초 풀을 흔들어 됐다.

하얀 모래밭에 벌렁 누워버린 지숙에게 은빛 실바람이 곰실곰실 다가와 찰거머리처럼 진득대며 붙어 양파껍질 벗기듯이 속옷을 벗겨버렸다.

엿가락처럼 긴 손가락과 발끝에서부터 불꽃이 감전된 듯 짜릿한 쾌감이 몸속으로 튀면서 조그만 입과 코 구멍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바다 속의 바위에 붙은 말미잘의 촉수를 헤집듯 비좁은 귀여운 성기 속으로 오매불망 갈망한 대물이 조금씩 헤집고 들어왔다.

보들보들한 느낌에 늘씬한 두 다리로 알궁둥이를 하늘높이 치켜들은 지숙은 본능적인 사랑의 성애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답고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물이 민물장어처럼 구석구석 휘 젖고 다니자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생각은 자신은 이미 미늘에 걸려 버둥거리고 있었다.

도리깨로 보리타작하듯 동물적 행위가 계속되자 굴욕을 참지 못해 낙담한 마음에 몇 번이고 끝내라고 소리쳤으나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아 몸부림치다가 눈을 번쩍 떴다.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은 나무때기처럼 발랑 자빠져 나동그라져있고, 그 위로 늙은 호박덩어리 같은 대머리가 거푸집처럼 덮쳐있다.

낮 익은 얼굴로 색정적인 행위를 보자 혼비백산하여 배신감과 혐오감에 뜬눈을 되감고 모든 것이 백계무책으로 별수 없다는 생각에 체념해 버렸다.

공장에서 야근해야할 사람이 한강에 배지나간다는 듯이, 죽 떠먹은 자리 표시 안 난다는 듯이, 동물의 본능적인 욕정을 풀기위하여 안달을 내고 있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

 

푸른 하늘 먹구름 지나가듯,

맑은 강물 흙탕물 흐르듯,

 

바다 속에 해일이 끓듯이 생각지도 않은 것이 부지불식간에 생기자 지숙은 시정잡배들만이 하는 비열하고 치졸한 행동에 대한 배타심과 심난한 생각을 줄 끊어진 연처럼 어디론가 날려 보냈다.

바끄럽게 조용히 구구절절이 말하는 지숙의 얼굴엔 눈물이 샛강 물 되어 흐르고 있다.

다붓이 앉아 괴괴망측하고 얼토당토한 말을 듣고 있던 혜린은 눈가에 그득하게 이슬 같이 맺힌 지숙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참하고 민망스럽게 느낀 혜림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과 심난한 마음만이 내재됐다.

마음이 소담하여 행동이 소심한 두 여인 사이에는 어두운 침묵만이 흘려갔다.

 

 

 

 

3. 두 여자

 

 

 

8월 여름 무더운 날!

햇빛은 아침부터 열기를 뽑아내고 있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오미회사는 아침부터 회사 안팎이 요란스러웠다.

회사 전 사원이 회사차량으로 샛강이 흐르는 밤나무 숲이 우거진 밤 골에서 부서별로 운동회를 갖는 날이다.

한 낮 동안은 바리바리 준비한 음식과 술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직원들 간의 친목을 다짐하는 특별한 날이기도 해서 직원들은 직장 노동일로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운동을 하며 풀어버리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특별한 날이다.

 

직장 야유회로 밤 골을 뜨겁게 달구던 무더운 여름날은 햇빛이 숲 덤불 속으로 사라지자 이내 밤 골은 찌꺼기 빛마저 어둠으로 변해 구석구석 도처에 싸였다.

시골장날 파장한 것처럼 회사사람들 모두 사라지자 혜린과 지숙은 밤나무 숲속의 달빛이 은빛강물 되어 흐르는 반달 같은 강변을 걸으며 샛강물의 속삭임소리를 들었다.

 

모래자갈 사이로 속삭이는 강물소리!

강 물결 속으로 몸부림치는 달빛!

풀잎 사이로 나붓거리는 바람소리!

강모래 자갈위로 쌓이는 웃음소리!

 

아름다운 두 여인은 생각과 마음의 빗장걸이를 풀어 숲 속으로 던져버리고, 둥근달이 하늘 높이 솟아 잔별들을 삼켜버리는 모랫길을 걸었다.

고삐 풀린 두 여인은 검은 풀머리를 바람에 연기처럼 휘날리며, 가는 허리 끊어져라 굽혀서 요사스럽게 웃으며 은빛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강모래위에 발랑 자빠져 누웠다.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들고 있던 가방 속에서 소주와 오징어를 집어내어 마주보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소주를 물소리와 달빛을 섞어서 목구멍으로 삼키니 창자로 내려가는 짜릿한 쾌감에 두 여인은 지난날의 넌더리나고 자긋자긋한 부질없는 시간들을 잊어버렸다.

 

강변 사방의 모래와 숲의 언덕에는 흐느적거리는 고독은 쌓여서 울고, 은빛 민물고기는 하늘 높이 달을 향해 늘 뛰기를 했다.

 

술잔을 거듭 할수록 건드레하게 꼴까닥한 두 여인은 달빛을 깔아 뽀얀 침대를 만들고 서로 꼭 껴안고 바람난 동물의 암컷 수컷 모양 나뒹굴어 버렸다.

위선의 껍질 벗기며 거꾸로 흐르는 강물소리와 이름 모를 강풀 속 물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서로 첫사랑 남자와 함께 했던 지나간 은밀한 세월을 생각했다.

하얀 모래 뭍에 벌떡벌떡 거리는 두 마리 암 민물고기는 미친 듯이 왈카닥 부둥켜안고 교태를 부리면서 괴상한 울음소리로 파란하늘 향해 욕망의 이름으로 씨앗을 뿌렸다.

따스한 어느 봄날은 소리 없이 성남시에도 찾아왔다.

봄바람에 엉덩이를 가붓가붓 흔들며 지숙은 비서실로 걸어갔다.

생산부에서 힘들게 노동일을 하는 지숙을 멋진 미모에 홀딱 반해버린 김달중 상무가 자신의 비서실로 발령을 냈다.

상무가 출장가고 없는 사무실에서 벽시계만 처다 보고 있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리자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김상무 음성은 들리지 않고 총무과에 자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총각직원이 퇴근 후에 만자자고 했다.

마지못해 만난다는 듯이 시간약속을 한 지숙은 혼자 만나기가 뭣해서 친구인 혜린이와 같이 간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 와도 좋으니 8시까지 시청 앞 수정숯불 집으로 오라고 했다.

두 여인은 약속시간에 맞게 산비탈 능선에 있는 벌집 같은 월세 집을 걸어 나오는데 어둠은 야금야금 비탈에 숨어서 남아있는 햇빛을 삼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으로 짙어지는 밤하늘엔 수많은 작은 별들은 빛을 가득가득 담아 쏟아 붇고 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두 여인은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두 남자는 어두운 구석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서로 마주 앉은 두 남녀는 서로 마주보는 사람들끼리 짝이 정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자 남자들은 다급하게 술과 안주부터 주문했다.

불판위에 돼지삼겹살이 익듯이 남자와 여자의 어색한 생각과 마음은 동물의 암컷 수컷 냄새 풍기며 잘 익어 엉겨 붙었다.

술은 좋은 음식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두 여인들의 몸과 마음은 걸쇠 풀린 빗장 대문 열듯이 서서히 허물어져 내렸다.

불판위에 고기기름 튀듯 두 여인은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 두 남자들 앞에 수다스럽게 말하며 문드러지는 몸짓으로 손사래까지 치고 있다.

뻔질나게 술을 마셔버린 취한 시간은 방향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백주부터 술꾼들이 떠들썩하게 지껄이며 쑤군덕거리던 소리들은 검은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객꾼이 없는 식당 안의 아줌마는 계산대에서 졸고 있는데 갑자기 장성처럼 벌떡 일러난 지숙은 화장실로 간다고 비틀거리며 후다닥 나가버렸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두운 화장실의 커다란 양변기를 부둥켜안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오물과 함께 눈물 콧물 뒤범벅 만들어 짝짝 토해냈다.

뱃속까지 남은 찌꺼기 오물을 정신없이 뽑아내도 매스꺼움은 시원하게 가시지 않는데, 누군가 엎드린 등판을 통통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고마운 마음에 고개를 들고 싶었으나 양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설 수 없는데 바지가 무릎까지 벗겨져 내려가자 너무나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두 개의 둥근 보름달 같은 알궁둥이를 잡은 사이로 팔수는 화산처럼 치솟은 대물로 깝죽거리며 후비어 밀어 넣어 쐬기를 박았다.

옴짝달싹 하지 못한 지숙은 여름철 장마 비에 빗물방울 터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좁은 화장실 안을 가득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식당방안에 까투리모양 머리를 처박고 고꾸라진 혜린의 몸과 머리를 방석위에 반듯하게 눕힌 태평은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아무반응이 없는 여자의 입술을 두 손가락으로 살짝 벌려 자신의 혀끝으로 입술 속으로 밀어 넣다가 누가 볼까봐 얼른 빼버렸다.

몇 번씩 같은 동작으로 혀를 널름거리며 반복하는데 바지 속의 아랫배의 대물이 높게 뻗쳐 솟아오르자 욕정을 배설하고 싶은 마음 에 안절부절 했다.

우왕좌왕한 태평은 방에서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에 급히 계산을 마치기 바쁘게 사나운 물독수리가 강한발톱으로 물속 민물고기 채가듯이 술 취한 혜린을 옆구리에 끼고 허둥거리며 식당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고샅길을 돌아가며 여관을 찾는데 혜린의 불룩한 젖무덤이 팔뚝에 짓눌려 닫는 감촉이 토실토실한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다.

허리 밑으로 처진 통통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태평은 밀어 올리면서도 무거운 줄 모르고, 좁은 길모퉁이를 강물 위에 날피리 날듯이 유유낙낙하게 돌아서 나왔다.

골목 저 멀리 어둠속에서 불빛이 실낱 같이 토해내는 곳에 여관간판이 보이자 당나귀가 하늘을 보고 웃듯이 태평은 고개를 들어 거무죽죽한 밤하늘을 향해 웃었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낡은 여관방에 들어오자마자 태평은 인정머리 없이 무거운 통나무 팽개치듯 혜린의 몸뚱이를 침대 위에 무지몰각하게 집어던졌다.

술 취해 정신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진 혜린의 몸뚱이를 보자 태평은 하등동물의 본능적인 욕정에 발정하듯, 아랫도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역류하며 발록거렸다.

밑동부리부터 나동그라진 싱싱한 생선을 어떻게 회를 처먹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다가 갈개꾼처럼 닥나무 껍질 벗기듯 갈고랑쇠 손가락으로 바지부터 벗겨나갔다.

양말 까집듯 단숨에 입고 있던 옷을 훌렁 벗겨버리자 흰 눈 같이 하얀 알몸위에 가리비껍질처럼 붙어있던 두 개의 젖무덤이 살아서 벌떡거렸다.

새우등처럼 J형으로 말아 올리는 혜린의 알몸을 살포시 만지작거리며 문대다가 끌어안은 태평은 날반죽하듯 주물럭거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물에 물감 풀듯이 여인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며 본때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본능적인 동물의 행위도 사랑이란 거창한 미명아래 모든 것이 합리화 되어나갔다.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덮친다는 생각에 황급히 깨어난 혜린은 낡은 침대위에서 실오리 하나 걸치는 것이 없는 몸뚱이에 너무나 놀라 천정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어두운 여관방 창틈으로 빛이 곰실곰실 기어오르자 혜린은 녹작지근한 몸을 겨우 일으켜 앉으니 옆에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남자가 보인다.

살포시 일어나 욕실로 가면서 남자의 양다리 사이 다보록다보록 솟은 검은 숲 속의 풀 죽은 대물을 보았다.

풀죽어버린 대물을 슬쩍슬쩍 처다 본 혜린은 보잘 것 없는 저 물건이 밤새도록 갈고쟁이로 나를 못살게 후비어 넣었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고 얄밉상스러웠다.

욕실로 들어간 혜린은 나뭇잎처럼 나긋나긋한 몸매에 뚫린 구멍마다 손가락으로 파고, 쑤시며, 씻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욕정의 씨앗을 지우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무리 지워도 마음속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망망했으나 마음속으로는 저 남자에게 첫 번째 여자가 아니더라도 나에겐 마지막 남자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낡은 여관방의 너절너절한 커튼사이로 아침햇살이 거어 들어와 방안가득 채우자 두 연인은 여관 뒷문으로 강물위로 날피리 날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마다 부서진 유리조각을 가득히 쌓아서 흩어 뿌려놓은 듯이, 이른 아침 햇빛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4. 올가미

 

 

 

여름 햇살은 낮 꼬리가 길어서 상대원동 산 꼭지에서 함몰되지 않고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비탈길로 어디론가 줄달음치는 자동차 꽁무니를 사무실 창가에 서있는 김달중 상무는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거래처인 회사손님을 어떻게 접대해야할지 어지 중간하여 골몰하다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멍해졌다.

간대로 쉽게 술집서 돈을 주고 손님과 같이 일탈하여 욕정을 풀어버리는 것보다 늙은 고목나무에 청춘의 불꽃을 피울 수 있는 불쏘시개가 필요하다는 간교한 생각을 했다.

생각다 못해 김상무는 언제나 샐쭉샐쭉 웃기만 하는 자신의 비서인 지숙의 얼굴을 언뜻 떠올렸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무작정 양심에 널판때기를 깔기로 결심이 서자 급히 지숙을 자기 방으로 불렸다.

갑자기 불러온 지숙은 분위기가 평소보다 다르다는 느낌이 들자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며 상무의 눈치를 보면서 무슨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부지불식간에 무슨 말부터 할지 몰라 어리벙벙한 김상무는 생뚱스럽게 저녁 퇴근 후에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지숙은 댕돌같이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하면 업무에서 생트집 잡힐 것이 뻔 했다.

거짓말로 빗대어 거절하면, 뒷맛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난색을 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눈치를 벌써 알아 체린 채신머리없는 김상무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 기로에서 헤매는 지숙을 향해 혼자 나오기가 어려우면 친구와 같이 나와도 좋다는 말을 했다.

엉겁결에 고분고분 좋다고 대답을 하고난 지숙은 상무를 향해 굽적거리며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여름날 오후 7시는 밝은 대낮 같아 회사를 빠져나오기는 빠른 시간이었다.

개미허리에 골뱅이 같은 배꼽을 겨우 가린 치마 끝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엉덩이를 흔들며 간소하게 차려입고 걷는 여인들을 귀태 나는 모습에 늙은 수위는 안경테 넘어 바라보았다.

아랫도리 힘 있을 때 돈 없고, 돈 있을 때, 아랫도리 힘없는 것이 곤궁한 인생행로라는 생각이 들자 앉은 의자를 한 바퀴 획! 돌려 않고 말았다.

 

시청 앞 올인에는 저녁 8시가 지나서야 검박한 옷차림으로 두 여인들은 도착했다.

술집 안은 생각보다 어두운 조명 때문인지 내부가 캄캄하여 잘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걸어들어 가서 눈조리개를 조이며 문 입구에서 있었다.

어둠이 익숙할 즈음 남자아이가 겸연쩍게 서있는 두 여인에게 다가와 안내를 하였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발동하였지만, 혜린은 생각 없이 지숙을 무턱대고 따라온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한 발자국씩 옮기며 사회는 구석구석이 돈과 권력 그리고 섹스가 잔존하면서 더럽고 추잡한 남자들의 욕정을 채운다는 생각을 혜린은 했다.

이빨사이에 끼인 치석 같은 인간들은 허울만 고매한 인격을 내세우고 쭉정이 뿐인 순간적 욕정을 채우기 위한 돈과 권력에 발부둥치는 하등동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들은 어둠속에서 비치지 않는 태양빛을 꿈꾸며 추졸하게 해롱거리며 해바라기처럼 옮기며 비바람에도 몸뚱이를 지탱하며 산다는 가긍스러운 생각을 했다.

소년이 안내한 룸에는 넓은 이마에 광택을 발산하는 김상무와 낮선 남자가 채신머리없이 허둥거리지만 무척 반기는 모습이었다.

두 여인들과 두 남자들은 엉거주춤 서로 마주보며 짝 짖기 하듯 앉기가 무섭게 주책바가지 김상무는 술과 안주를 시켰다.

술판 벌어지기 전에 낮선 남자의 시선이 혜린 자신을 훑어보자 마음속으로 치욕감에 몸을 떨며 속으로 오사리잡놈, 18, 지랄 놈, 좀팽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다.

후안무치한 김상무는 자리에 앉은 생물 같은 두 여인들을 보자 무척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거리며 옆에 앉은 겉보기에도 간사스러운 남자를 소개를 했다.

주면머리 없어도 김상무의 간단명료하게 남자를 소개를 하자 그는 간교한 음성으로 인사를 했다.

두 여인들은 마음속으로 개나발 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미리 시켜둔 술과 안주가 들어왔다.

술판이 벌어지기 무섭게 허겁지겁 김상무는 술잔 돌리자 두 여인들은 처음엔 서로 아근바근 다투듯 하다가도 못이기는 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시간은 간데 온데 없이 사라지자 인간의 걸림돌이 되는 양심과 위선의 껍질을 벗겨버리니 천정의 유리구슬은 각양각색의 화려한 불빛으로 밀폐된 방안 가득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마파람에 게눈 감듯이 마시기 시작한 두 남자는 술이 창자로 내려가는 짜릿한 쾌감에 비례하여 생각은 빨리 서로 짝짓기 하고 싶어 안절부절 했다.

술 마신 시간이 길수록 올가미에 걸린 두 여인들은 화려한 대리석 바닥에 풀잎처럼 길게 누워 빗장 풀듯이 온몸을 활짝 헤치고 내일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욕정을 풀고 싶었다.

하등동물처럼 고주망태가 되어도 산전수전 다 겪은 두 남자는 눈치가 빠르게 각각 한 여인씩 물 만난 독수리가 물고기 채가듯 각자의 룸으로 들어갔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온몸에 힘이 빠지고 혼매해진 두 여인들은 부닥친 현실을 두부 목 자르듯 남겨놓은 미래에 대한 생각의 꼬리를 잘라버렸다.

귀여운 두 여인의 쥐 뿔 같은 운명적인 시간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돌멩이처럼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원치도 않았던 욕정에 칡덩굴처럼 엉킨 지난밤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듯, 지숙은 엉덩이를 하느작하느작 거리며 찻잔을 들고 초심고려 기다리는 김상무 방으로 들어갔다.

쿵덕거리며 찻잔을 들고 들어서는 지숙의 경거망동한 행동은 온데간데없자 아연실색한 김상무는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헷갈리는 지숙의 태도에 대하여 강심장인 김상무도 지난밤의 일이 너무 갑갑하고 궁금하여 마음 고생한 나머지 찻잔을 탁자에 놓고 나가는 지숙의 손목을 용기를 내어 잡았다.

엉겁결에 잡은 손목을 뿌리칠 새도 없이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훼방꾼에 당황한 김상무는 편수용 책상 밑에 지숙의 몸뚱이를 우격다짐 구겨 넣었다.

살포시 방문이 열리며 얼굴을 슬그머니 내민 사람은 하얀 얼굴에 긴 생 머리한 오지랖이 넓은 혜린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한 손으로 방문설주를 잡듯이 출입문을 잡고 머리만 삐죽삐죽 조금씩 내밀면서도 안으로는 들어오지는 않고 눈만 멀뚱멀뚱 처다 보고 있다.

방문 닫고 가기를 확수 고대하는 김상무는 요절복통할 일이지만, 책상 밑에 자신의 다리 사이에 쪼그리고 앉은 지숙 때문에 주책없이 대물이 꼴려 바지 위로 뿔끈 솟았다.

욕정이 솟아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거린 김상무는 뻘떡거리는 대물을 볼떼기가 튀어나오도록 물고 있는 입속을 화로 속에 부젓가락 휘 젖듯이 했다.

머리를 잘레 흔들며 이상한 동물소리를 간헐적으로 되풀이 하는 김상무 책상 앞에 혜린은 촐싹거리며 들어오는 돌발적인 행동에 따따부따 한마디 못하고 그저 안절부절 하며 서있다.

귀를 쫑긋 세우듯이 바짝 다가선 혜린은 모든 것을 알고 비아 낭 거린다는 듯이, 호락호락 넘어가 모른척하고 맨꽁무니 뺄 것 같지가 않고 진득 되고 있다.

매사가 후안무치한 김상무는 앞에 빈둥거리며 누가 있든 말든 자신의 욕정을 억제하지 못한 상황이 되자 동물적인 성애를 멈추지 못했다.

더욱이 귀여운 여인이 보고 듣는 상황에는 사랑의 감정은 더 고조되어 춤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아주적격이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생각과 행동이 뒤범벅이 되어 갈팡질팡하는 본능적인 가연은 산대놀음으로 훨훨 불타올랐다.

혼합이 된 사랑의 행위는 판단할 수 없는 감미로운 시간 속으로 어디론가 가쁘게 흘려만 갔다.

 

 

 

5. 노조

 

 

 

밤늦도록 잔업을 마친 혜린은 집으로 가던 길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중앙시장에 있는 단골인올가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공장노동자들이 잔업 마치고 귀가 길에 들려 소주 판을 벌리는 유일한 낭만의 쌓이는 식당이었다.

흔히, 근로자들은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목구멍 속의 먼지를 소주와 돼지고기를 씻어내는 데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했다.

방앗간 참새가 내려앉은 듯이 혜린은 직장동료들과 고기 굽는 연기로 온통 굴뚝 속 같은 곳에 모여 앉아 술과 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술기운이 머리꼭지까지 올라오자 평소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혜린은 한밤중에 홍두께 내밀 듯 직장에 꼭 필요한 노조를 만들자는 말을 불쑥 던졌다.

회사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공장 특성상 여성노동자가 많은 근무환경 관계로 직장노조결성 주장에 모두를 듣기만할 뿐 누구하나 선떡 나서는 사람하나 없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회사의 간부나 근로자 대부분은 고향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선심정치목적에서 같은 고향사람을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관계로 누구하나 먼저 앞장서지 않았다.

대부분 마음속으로 저 임금과 노동력을 갈취하고 있으므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말단여공의 열띤 제안에 모두 뜸을 들이다가 노조결성의 당위성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결심한 듯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노조결성이 절실하다고들 말했다.

내일 잔업이 끝나면 모두 회사식당에 모여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하고 기분 좋게 술 마시고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노조가 결성될 때까지 절대 비밀로 하기로 서로 다짐하고 모두들 술이 취하여 헤어졌다.

순간적인 제안에 모두들 감동을 시킨 폭발력에 가슴 속 깊이 감동을 받으며 혜린은 시장안의 좁은 고샅길을 구석구석 돌아 나왔다.

밤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조차 절대로 비밀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산비탈 길을 오르면서, 하늘과 땅 사이 홀로 외롭게 물구나무선 모습을 보았다.

목을 길게 뽑은 혜린은 밤하늘 높이 떠있는 수많은 별들의 꿈을 향해 입맞춤을 했다.

다음날 어둠침침한 구내식당 구석엔 잔업을 마친 여공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쑥덕쑥덕 거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김상무의 비서 지숙이가 혜린을 보고 김상무가 보자고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고 했다.

불길한 생각과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혜린은 김상무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주친 김상무를 보자 혜린은 술집에서 있었던 일로인한 자괴지심에 겸연쩍어 근근이 서있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서있던 혜린을 향해 대뜸 김상무는 유례없는 직장노조는 만들 수 없다고 소리치면서 노조위원장은 절대로 너는 안 된다고 했다.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선 혜린은 모든 것을 상무의 끄나풀이 일러바쳐 다 알고 있을 바엔, 단호하게 노조를 결성을 하겠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하여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직하고 졸렬한 김상무는 단호하게 노조결성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을 하고 회사에 근무하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했다.

희번덕거린 눈과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얼굴 향해 손님접대자리에 여직원 동석시켜 개차반 같은 행동으로 성적유희 하는 것도 회사방침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혜린은 겨우 참았다.

계집질만하는 김상무의 말을 개방귀 같이 여기면서 방을 나오며 혜린은 더 이상 노조설립은 물 건너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출마하는 노조위원장 선거는 하나마나 뻔 한 것 같았다.

노조위원장선거 장소에서 직원들의 비아 낭 거리는 눈초리를 보며, 노조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을 했지만, 바위에 계란 치듯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추천을 받은 사람이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직서를 지숙을 통해 제출한 혜린은 개연한 마음을 억누르며, 매일 출근했던 정든 회사의 뒷문을 통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걸어 나오면서 모든 것이 격세지감을 느꼈다.

실낱같은 서늘한 갈바람이 흩어지는 밤에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거리의 길모퉁이에 감도는 조그마한 입김에도 비틀거리는 이름 없는 잡초 풀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혜린의 발길은 시장 골목 민속주점 녹원옮겨왔다.

벽과 창문이 전통적인 통나무로 되어 있는 녹원은 한 쌍의 연인들이 술 한 잔 하기에는 아주적격이었다.

민속점안으로 둘려 봐도 어둠 속에서 불빛만 희미하게 비칠 뿐, 손님이라고는 하나 없이 텅 빈 공간에 자신의 마음만 채우고 있었다.

벽난로 속의 모형장작은 증오의 불길처럼 훨훨 타오른 구석진 자리에 혜린은 골라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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