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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빛이 오기 전에 어둠이 먼저 오는가!

희망

빛이 오기 전에 어둠이 먼저 오는가!

 

봄날 마을 앞산 비탈계곡 가득히 진달래꽃 소리 내며 불타오르면

골목길 스며드는 꽃향기에 취해서 손을 흔들면서 춤을 추었던 것은

 

여름날 밤 별빛 따라 흐른 은빛 강물 위로 날피리 하늘 높이 날면

물장구치듯 달빛 속에 목욕하며 물 언덕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은

 

가을날 야산 소 떼를 풀어놓고 친구들과 어울려 씨름 한판 하면서

모닥불에 손과 입 새까맣게 되도록 밭둑에서 밀과 콩서리 했던 것은

겨울 낮 주천대 강물 얼음판 썰매 지치기와 팽이치기하며 놀면서

땅속 김장 김치로 찬 보리밥에 이빨이 시리도록 밤참을 먹었던 것은

 

물 언덕 초가집에서 자취하면서 주먹 보리밥에 나무지게 지고서

온종일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 땔감 나무하려고 험한 산 다닌 것은

 

산 비탈길 물굽이 치며 감돌아 가는 바릿재를 고무신 벗어 들고

칼 돌산 삼 십리 길 맨발로 넘는 고통 참으며 책을 열심히 본 것은

 

울진 장날 생선 한 마리 사서 부끄러운 마음 책가방 속에 넣고

집에 오면 책은 생선 물에 젖어서 비린 냄새 풍겨도 즐거웠던 것은

 

가마솥에 보리쌀 넣고 아궁이에 생솔 피우면 검은 연기 때문에

땀과 눈물이 흐르며 범벅된 새까만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암연어가 회귀 본능에 먼바다를 돌아와서 태어난 강으로 오듯이

명태가 추운 겨울날 작대기에 매달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듯이

 

빛이 오기 전에 어둠이 먼저 온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믿으면서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미래의 희망을 향한 신념을 버리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