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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은행나무 집

은행나무 집

은행나무 집

죽변 산자락 끝에 목조 집 마당 귀퉁이에 아름드리 은행나무 한그루가 지붕을 덮고

탱자나무 가시울타리에 노란탱자 열리면 우물가 무화과 보라색 알맹이를 터트린다.

은행나무 축 늘어진 가지마다 포도송이 같은 은행이 익어 땅에 떨어지면, 장인

장모는 은행 주워 껍질 벗겨 말리는 고통도 잊고 객지에 흩어져 사는 자식에게 보냈다.

장인이 구부러진 허리로 지팡이 짚으며 걸어 다녔던 은행나무 집은 모두 떠나가고

아무도 찾아오지도 않는 텅 빈 집 위로 흘러가는 흰 구름만 잠시 멈추며 쉬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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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외로음

하얀 머리에 직각으로 구부러진 허리를 굽히며 지팡이 잡고 마당에 떨어진 은행

알알이 줍던 장인의 평온한 모습 떠올라 보고 싶은 마음 그리움으로 쌓여만 간다.

평생을 작은 명예와 재물의 욕심 한 번 없이 청빈하게 살며 깨끗하게 돌아가셨다.

선거에서 낙선한 후 가족과 서울로 오던 날 지팡이 잡고 구부러진 허리를 펴면서,

현관에 서서 눈물을 보이며 말없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시던 모습이 장인 떠난

지금도 나의 가슴 속에 영원이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아있어 잊을 수 없다.

처남은 너무 외롭고 슬픔에 고통스러운 밤은 아무도 없는 고향집으로 전화를 걸면,

텅 빈 죽변 집의 고요함을 흔들어 되는 전화 벨소리에 누군가 받을 것만 같았고,

부모님의 그리운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빨리 전화받으라고 소리소리치면서,

허무한 마음에 달랠 길 없고 괴로운 생각에 밤새도록 몸부림치면서 울었다고 했다.

장인이 우리 곁에서 먼저 떠나고 없었던 시절에 장모는 장인이 짚고 걸어 다니다 남긴

지팡이잡고 장인 그리워하며 걸으면서 남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리며 다녔다.

지팡이를 잡고 걸으면서 장인을 얼마나 그리워하였을까,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을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며, 자식들이 아무리 잘했어도 장인의 마음과 행동에

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생전에 못다 한 마음 가슴 아려왔다.

꼬리를 물고 가는 지난날 생각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면서, 잠 못 들게 만들고 있다.

노인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