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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사 천관 사주 13

외로운 세상

오미정사 천관(天官) 사주 13

 

푸른 하늘빛을 향해 밤새워 꿈꾸었던 나

운명은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는 않고

무거운 짐만 지고 가라며 팽개치고 있다.

 

울진에서 서울로 상경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한 마음으로 효자동의 유명한 P 철학관에 평생 사주보려고 갔다.

철학관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왔는지 철학관 한옥 입구부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철학관 입구에서 큰마음 먹고 5천으로 접수하고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자 큰 방에서 마주 앉으며 평생 사주보려고 왔다고 했다.

철학관 도사는 여러 가지 질문이 끝나자 나보고 서기관이 안 되어 궁금해서 왔느냐고 했다.

 

생각지 못한 도사의 질문에 당황한 나는 아직 말단 직원이라고 하자, P 도사는 너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나의 평생 사주는 하늘에서 귀인에게 내려주는 천관(天官)이 세 개 들어 있다고 하면서, 평생 감옥 살 하든가, 아니면 평생 공직에 있을 관운이라고 했다.

문밖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천관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평생 감방에 안 가고 공직에 있는다는 소리에 다행이란 생각하며 철학관 나왔다.

 

그 후, 몇 년 지나면서, 사주팔자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다시 한번 P 철학관에 사주보려고 갔다.

나의 사주를 P 도사가 보더니 단번에 두 번 왔다며 그냥 나가라고 하므로 문밖으로 나오면서, 나의 사주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1985년 하반기부터 나는 과거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행동은 새로 털갈이하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창공을 향해 큰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한 마리의 독수리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 무렵 직장에서 승진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나는 몇 년 전부터 승진시험을 위해 고시학원과 독서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시험 준비를 했다.

승진시험 과목은 12과목 개관식, 22과목 주관식으로서 1년에 2번 응시하는 기회를 주었다.

 

승진시험 1차를 끝내고 나오면서, 문제와 답에 관해서 전부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부심이 생기게 되었다.

몇 일후, 1차 발표가 나면서 떨어졌다고 하자 너무나 충격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상하여 시험을 담당하는 중앙기관에 전화를 걸어서 시험점수를 문의했다.

시험 담당 직원은 1차 과목 중, 한 과목이 40점 미만이라 과락이라고 하므로 나는 즉시 과락한 과목이 몇 점이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1문제가 5점 단위로 계산하는 점수가 맞지 않는 점수를 불려주자, 나는 고함을 지르며, 5점 단위는 3530점 단위가 되어야지 불려준 점수는 짝수가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자 담당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끝내고 나는 P 과장에게 이 내용을 보고하자 빨리 시험 담당 중앙부서 과에 가보라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공직사회는 한번 결정하면 번복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번의 시험을 위해서 한바탕 해야겠다는 생각을 단단히 했다.

시험 담당 부서에 도착한 나는 조금 전에 불려준 1차 시험점수가 5점 단위로 계산하게 되면, 짝수가 맞지 않으니 시험 채점 답안지를 보자고 소리쳤다.

시험답안지를 보여주지 않으며, 사회 문제화시킨다고 해도, 그들이 아무 대답 못하게 되자 나는 분명히 무슨 검은 힘의 작용이 있었다는 생각했다.

 

계속 시험답안지를 보자고 소리 치자 사무실의 직위가 높아 보이는 책임자가 어디론가 나간 후에 많은 시간이 흐르자, 무슨 회의 하고 왔는지 내 앞의 책상 위에 1차 시험문제지를 내놓았다.

보여준 문제지 한복판에 볼펜으로 아무렇게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숫자를 쓴 것을 보여주자, 나는 문제지가 아닌 답안지를 보자고 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나를 보고 공직 생활하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라며 큰소리쳤다.

 

이 한마디 말에 나는 머리에 망치로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듯이 멍해지면서, 가족과 아직도 방에서 기어다니는 어린 자식들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아무 말 한마디 못 하고 사무실 문밖을 나와 하늘을 보며, 허탈하게 웃으며, 부당과 정당하지 못한 공권력 앞에는 하늘이 귀인에게 내려준다는 사주의 천관(天官)도 허탕이라는 생각을 했다.

 

헌법기관에서는 시험에 떨어졌다고 지금까지 관례도 없었던 하급 기관에 바로 발령을 내렸다.

하급 기관에서 같이 근무하던 경북에서 온 선배가 2차 시험을 친다기에 주관식 2과목 요점 정리한 노트와 시험에 나올 예상 문제를 지적해 주었다.

그 시험에서 그는 예상 문제가 적중되어 시험에 합격이 되었다고 했으며, 나는 그 후 몇 번이나 승진시험에 응시했으나 1차 시험에 같은 과목 40점 미달이라 과락이라고 했다.

나는 헌법기관에 다닌 것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시대는 사법시험도 성분에 따라 떨어지는 현실이므로, 억울한 감정을 통제하여 마음 편하게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