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록 오미정사(五美精舍 1)
1. 물 언덕집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샘실 마을에는 삼태기 모양의 오미산 아래는 물 언덕 왕대밭 속에 조그만 초가집 한 채가 있다.
행곡 마을 사람들은 왕대밭 속의 초가집을 택호로 물 언덕집이라고 불렸으며, 마을 중심에 있는 물 언덕집과 수백 년 묶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 앞으로 왕이 피신했다는 왕피천이 성류굴 앞산을 지나 망향정이 있는 동해로 흐른다.
행곡 마을 전체를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병풍처럼 펼쳐서 품고, 머리 한복판은 마을 학생들의 통학길인 울진으로 넘는 바리 재 정자 터가 있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이 와룡 강의 산 아래 언덕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 하며, 세월을 기다렸다는 풍경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오미산 물 언덕집 앞으로는 언제나 유리알처럼 맑고 푸른 왕피천이 흐르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강물 위로 배꽃 같은 하얀 눈이 쌓였다.
하늘 높이 솟아 오른 온갖 모양의 불영계곡 적벽 바위 사이로 왕피천은 주천대(酒泉臺)와 오미산(五美山)을 가르면서,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향정이 있는 동해로 흐른다.
달뜨는 보름날 밤 망향정에 나 홀로 앉아서
동쪽 바다 바라보면서 오징어 다리 씹으며
소주 한 잔으로 감정과 생각을 통제하지만
하늘에 솟은 달은 바다와 강물 속으로 숨고
술잔 속의 외로운 달은 마음속 달을 달랜다.
행곡 주천대는 옛날 강물이 돌산을 통과해 흐른다고 해서 수천대라고 부르다가 인조 때, 만휴 임유휴가 은거하면서 유림과 풍류를 즐겼다고 해서 주천대라고 했다.
주천대 강 건너편은 산 바위와 소나무, 왕대 숲 모양의 물 언덕이 삼태기 같고, 생육신의 하나인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이 은거 생활했다고 해서 옛날 고을 원님을 했다던 할아버지가 오미산이라고 했다.
여름과 가을철에는 많은 관광객이 불영사와 불영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명소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아름다운 금강송과 바위 그리고 강물이 감돌아 흐르는 불영사는 진덕여왕 때, 의상 대사가 세운 사찰로 유명하다.
불영사란 이름은 천축산 중간에 돌부처님 앞에 제자들이 두 손 모아 합장하는 모습이 절 앞의 연못에 그림자로 비춘다고 해서 불영사로 했다.
불영사에 관하여 구전되어 내려오는 전설은,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취는 불영사 연못에 천 년을 묵은 9마리의 이무기가 어느 봄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면서, 그중 한 마리는 아름다운 불영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하늘로 승천하지 않은 용은 구미 마을과 샘실 마을 오미산 줄기를 꼬리로 쳐서 두 갈래 산으로 갈라놓고, 오미산 바위 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오미산 바위 밑으로 들어간 곳은, 물이 깊은 용소가 되어 지금도 있고, 그때 마을 앞으로 흐르던 강물 줄기는 물 언덕집과 주천대 사이로 흐르고 있다.
오미산 물 언덕집은 사라호 태풍으로 초가집 지붕과 기둥만 남기고 한약은 물론 집안 모든 가구와 물건들을 휩쓸어 가고 하얀 모래 언덕만 쌓였다.
한약국을 그만둔 한의사인 부친은 집수리하여 자필로 간판을 “오미정사”라고 크게 써서 집에 걸고 동네 아이들을 천자문을 가르치는 훈장이 되었다.
오미정사(五美精舍)는 5가지 아름다운 미덕을 가르치는 집이라고 했다.
미덕의 의미는 1) 탐욕과 교만을 버리고 2)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은혜를 베풀고 3) 지혜로운 생각과 판단으로 4) 평온한 마음을 가지며 5)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