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에 관하여!
1. 멋이란 개념
우리가 아름다움이나 곱다는 것을 미적인 가치로 표현을 할 경우에 멋이란 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이 멋있다. 멋있는 집이다. 멋있는 글씨이다. 멋있는 풍경이다.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므로 미학적인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말이다.
국어학자 이 희승은 멋을 우리 민족만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로 정의 하면서, 부드럽고 긴 옷고름이 바람에 날리는 모양을 멋으로 표현한다고 하였다.
어원적으로는 감상적인 멋이 감각적인 맛에서 연유되었다고 보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2. 멋의 내용과 성격
1800년대 말까지는 상류사회에서는 주로 맛이란 말을 쓰여 왔으며, 하층사회에서는 멋이란 언어가 서민들에게 활용영역이 확대되어 쓰여 왔으나, 최근의 한영사전에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므로 멋을 단순하게 “민족의 고유한 것”이라기보다 민족의 이념과 정서가 배양된 어떤 미적 요소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런 연유는 멋은 지각 개념이 아니라 감각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꽃, 나무, 하늘 등 하나만 보고 멋있다고 하지 않고, 꽃과 나무, 하늘을 배경으로 한 집이 있을 경우에 비로소 멋있는 집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인을 보고 멋있는 여자라고 하지 않고, 옷맵시와 행동거지를 아울러 볼 때 비로소 멋있는 여자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러므로 멋이란, 정지된 상태에서 보다 움직이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은, 우리가 그림이나 시를 보는 것보다 음악이나 무용과 같은 동적 예술을 보고 멋있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멋의 성격은 직립한 수목보다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수목 가지가 움직이는 상태를 멋있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율동하는 정신미가 가미된 조화의 미를 생명력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즉, 멋이란, 표현은 미적사고 및 정서는 주체적으로 대상을 느끼며, 규범성을 초월한 예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멋의 성격은, 조화를 기저로 하면서, 원상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을 때에 느껴지는 미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멋은, 멋을 부리다, 멋들어지다. 등으로 멋이 철철 넘치듯이 언어의 깊은 맛을 느끼도록 표현한다.
3. 예술작품 속의 멋
그림 작품 속의 여인의 청아한 옷맵시에서 볼 수 있는 김은호의 그림 “미인도”에서 멋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인도는 강렬한 육감의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것은, 안정된 빛깔의 치마를 들어 보이며, 저고리의 현란한 색의 배합의 조화는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
더욱이 저고리와 치마 속에 풍만한 육체는 선정적인 멋을 돌출하면서, 치마 뒷자락을 살짝 걷어 올리는 여인의 모습은 농염하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을 풍기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무용은 동작의 진행보다, 그것을 절제하고 정지시키는데서 멋을 창출하며, 무용은 다리나 손의 움직임에서 멋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깨의 움직임에서 멋이 조성되는 것이다.
즉, 무용수가 무대공간에서 박자에 맞추어 유유히 돌아가다가 두발을 멈추고 어깨를 잠시 올리는 모습에서 율동에 대한 미의 극치로서 멋을 느끼게 한다.
한국화(동양화)에서 김홍도의 “소림 명월도”라든가, 김정희의 “세한도” 등은 모두 다 간소한 몇 개의 선으로 이루어지면서, 그림의 풍경들은 산, 나무, 강, 정자 등 간소한 화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쓸쓸한 심정을 극대화시키는 멋을 풍기고 있다.
결국, 멋이란 것은, 우리의 사상과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정립된 조화 감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너무나 아름다운 멋을 풍기는 독립성이 있는 말인 것이다.